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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 데미안 다시 한번, 데미안을 읽었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새의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파괴해야만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이다.' 이 단호한 문장들과 이상하리만치 매혹적인 신의 이름을 듣게 되면, 자연스럽게 데미안과, 헤세와, 싱클레어를 생각하게 되는 거다. 그건 물론 '나를 이스마엘이라 부르라.'를 들을 때 백경이 떠오르는 일과 별반 다르지 않으나, 데미안 쪽이 책의 두께가 월등히 얇은 것을 무시할 수는 없다. 아무래도 출근길에 백경을 들고나가기는 무리다. 데미안이라면, 출근 버스 안에서건 점심 식사 후의 짧은 휴식이건 간에 어찌 되었든 다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조금씩 나이 먹고, 직장에 다니고, 아이의 부모가 되면서, 나는 점점 물리적 제약을 무..
카페 190120- 아이가 낮잠을 자는 사이 잠시 시간이 남아 예전에 자주 다니던 카페에 왔다. 오후에는 키즈카페를 겸하는 작은 동물원에 가족 나들이를 가기로 했으므로, 그야말로 잠시의 여유다. 몇 년 전 나는 단지 사람이 없어 보인다는 이유로 새로 생긴 이 카페에 들렀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아직 가게를 오픈하기 전이었단다. 그런 설명을 하면서도 자리를 권하는 사장님이 좋았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커피를 내오는 사장님이 좋았었고, 무엇보다 그렇게 시음아닌 시음을 하게 된 무료 커피가 좋았다. 커피를 마시는 내내 사장님은 세심하게 커피 콩을 고르고 있었다. 그런 이유로 상당히 자주 이 곳에 들렀다. 내가 결혼을 하기 전의 일이다. 그게.. 벌써 몇년이나 되었다. 오랜만에 들른 이 카페에는 전에 자주 뵙던 사장..
2019년 1월 8일 퇴근 할 때에, 아주 잠시였지만 햇빛이 있었다. 겨울의 한 중간에 착실히 봄이 오고 있었다.자주 하늘을 보게 되는 건, 굽은 고개를 펴는 기지개 같은 것이라고, 문득 생각했다.
2018 제주 제주 첫날. 여섯 시에 일어나 아이에게 밥을 먹이고, 조금 서둘러 청주로 향했다. 도착해 보니 아홉 시 쯤이어서 여유있게 탑승할 수 있었다. 도진이에게는 이번 제주행이 생애 첫 비행이었는데, 그런 것 치고는 굉장히 태연하여 대견하였다. 제주에 도착해서도 제 때 아이 밥을 먹이고, 적당히 재우고, 사이 사이 맛있는 음식과 여유 있는 드라이브를 즐겼다. 우리 셋 모두 행복했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모처럼의 제주를 즐겼다. 여행의 첫 날로서, 더할나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 한켠이 먹먹한 것은, 이 섬이 나의 가장 부끄러운 기억을 일께우기 때문이다. 김애란은 '눈먼 자들의 국가' 에서 당분간 '세월'은, 혹은 '침몰'은 은유로서 사용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나에게는 제주 역시 그렇다. 이 섬이 아..
밤빛 #003 밤빛,23:01 - 23:02 @kim_jaeyoung__@bambit.jy
밤빛 #002 밤빛,23:43 @kim_jaeyoung__@bambit.jy
보헤미안 랩소디, 2018 ◇ 특히, 최근의 나는 영화를 볼 때 군더더기를 참을 수 없다. 왜 들어갔는지 모를 장면 혹은 인물을 보게 되면, 그 나머지가 얼마나 훌륭하던지 간에, 그 영화와 감독이 저질스럽게 느껴지는 것이다. 다행이도 최근에 개봉하는 소위 명장들의 작품은 대부분 군더더기가 없다. 그러므로 나로서는 그 것을 요즘 영화 판의 트렌드라고 부르고 싶다. 그런 측면에서, 보헤미안 랩소디는 완벽에 가깝게 타이트 하다. 이 영화는, 굳이 비유하자면, 프레디 머큐리의 자서전이기 보다는 굵은 선으로 그려진 연표에 가깝다. 영화는 그 연표를 박진감 있게 따라간다. 나머지는 그의 공연을 충실하게 재현했을 뿐이다. 이 영화의 목적은 그를 설명하는 것이 아님이 명확하다. 그 대신 이 영화는, 그가 불러일으킨 감동을 2018년의 참을성 없..
Fighter ◇ 몇일 전 출근길에 라디오에서 Christina aguilera의 fighter를 들었다. 고등학교 때 즐겨 듣던 곡이라 볼륨을 높였다. 이 곡은 그녀의 정규 2집인 Stripped의 수록 되어 있는데, 그녀의 앨범 중 가장 사랑 받은 앨범일 거다. 지금도 그런 지 모르겠으나, 당시의 팝송 앨범에는 자켓에 좀 오글거리는 한글 해설서가 꼭 끼워져 있었다. 이 것이 내가 산 첫 외국 앨범이었으므로, 나는 다소 오글거리는 그 해설서까지 전부 정독 했었던 기억이 난다. 고등학교 적의 나는 몇 가지 이유로 팝송을 의식적으로 거부하고 있었다. 우선 당시 유행하던 팝송을 활용한 영어 교육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액상 감기약에 들어 있는 조잡한 딸기 맛 시럽, 어린이 치과의 간호사가 착용한 우스꽝스러운 마스크, 우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