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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감상

Trash_서재우

ADICENT ARCHIV [TRASH] 아디센트 아카이브 트래쉬

  다른 세상을 통해서 자신의 가능성을 찾기 위해 여행을 한다는 작가는 각 도시에 강하게 공명한다. 특히 도시 별로 사진을 묶어 소개함으로써 이 점이 지나치게 강조되는데, 구도, 톤이 모두 상이해 마치 다른 사람의 시선을 빌리는 듯하다. (LA와 뉴욕의 사진을 비교해 보라.) 덕분에 200 페이지가 넘는 책은 지겨움 없이 술술 읽혔고, 여행에 대한 향수가 늘었다. 그러나 역시 200 페이지가 넘는 시선을 접했음에도 작가 서재우에 대해서는 여전히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기분이다. 

  첫 장의 약력을 보니 매거진 B라는 것의 에디터란다. 잡지 에디터의 사진집을 선호하지 않는데, 주제가 어떻든 간에 예술을 판다기 보다는 취향을 파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최근에 본 사진집 중 여행 사진을 다루었다고 볼 만한 것이 두 권 있는데, 빔 벤더스와 하연수다. 두 사진가의 명성에서 예측되는 수준 차이가 있을지언정, 두 사진집 모두 전 페이지를 가로지르는 저자의 시선이 존재한다. 나는 사진집은 마땅히 이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자 서재우는 낯선 도시에서 카멜레온처럼 도시의 색을 자신의 시선에 덮는다. 그것이 자신의 적응력에 대한 가능성을 찾은 것인지, 단지 색안경을 쓴 것 뿐인지 나는 잘 모르겠다. 이 책의 사진들은 그를 설명하는 것이 아니다. 그가 소개하는 토막글은 과거에 대한 동경과 새벽의 감성으로 가득하다. 30대 남성 작가의 센티멘털리즘은 독자에게 무엇을 설명하는가? ADICENT라는 단어를 세로 명명하면서까지 자기와 자기 세대를 대변하는 무언가를 남기려 했던 점을 생각하면 아쉬운 결과물이다. 아니면 나를 포함한 ADICENT 세대는 정말로 계면의 거품 같은 세대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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