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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에세이2019.01.20 13:39
190120-

  아이가 낮잠을 자는 사이 잠시 시간이 남아 예전에 자주 다니던 카페에 왔다. 오후에는 키즈카페를 겸하는 작은 동물원에 가족 나들이를 가기로 했으므로, 그야말로 잠시의 여유다. 몇 년 전 나는 단지 사람이 없어 보인다는 이유로 새로 생긴 이 카페에 들렀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아직 가게를 오픈하기 전이었단다. 그런 설명을 하면서도 자리를 권하는 사장님이 좋았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커피를 내오는 사장님이 좋았었고, 무엇보다 그렇게 시음아닌 시음을 하게 된 무료 커피가 좋았다. 커피를 마시는 내내 사장님은 세심하게 커피 콩을 고르고 있었다. 그런 이유로 상당히 자주 이 곳에 들렀다. 내가 결혼을 하기 전의 일이다. 그게.. 벌써 몇년이나 되었다. 

  오랜만에 들른 이 카페에는 전에 자주 뵙던 사장님이 아닌 낯선 분이 커피를 내리고 있었다. 오전에 이미 커피를 마신 탓도 있지만, 나도 모르게 커피 대신 모과차를 시키고 가장 구석 자리에 가방을 풀었다. 사장님이 세심하게 커피콩을 고르던 그 자리에는 테이블이 몇 개, 추가로 들어와 있었다. 질 좋았던 원목 테이블 가운데 몇 개는 합성목으로 교체 되었다. 몇 년 전 아내를 데리고 함께 왔을 때, 아내가 이렇게 좋은 테이블을 카페에 두어도 되냐며 놀랐던 그 테이블이다. 한참 아내와 함께 신혼집에 쓸 가구를 고르던 때의 일이다.

  그러니까 나는.. 아마도 천천히 실망을 하는 와중이었다. 모과차가 맛있는 것과는 별개의 일이라고 생각했다. 만약 고개를 든 그 자리에 드라이 플라워가, 몇 해 전 찍었던 것과 같은 그 드라이 플라워가 있지 않았다면 난 이 실망을 완성할 수 있었을 거다. 카페의 벽에는 그 모습 그대로 드라이 플라워 한 다발이 정오의 햇볕을 받으며 걸려있었다. 어쩌면 먼지도 타지 않을까. 한 다발의 꽃에 의지하여 내 실망은 갈 곳을 잃었다. 인생의 많은 부분은 이런 작은 조각에 지배된다. 이 작은 조각은 현실을 회피하기에 충분한 단초다. 내가 원하는 것은 단지 그것이므로, 이 세상이, 인간의 정신세계가 이 모양이라는 것은 다행이도 행복한 일이다. 인스타그램을 검색해 보니, 아마도 사장님이 바뀌지는 않은 모양이다. 이 또한 다행이다. 짧은 나들이가 끝나기 전에 핸드드립용으로 갈린 원두를 한 봉지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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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그냥"
note/일기2019.01.09 00:16

퇴근 할 때에, 아주 잠시였지만 햇빛이 있었다.
겨울의 한 중간에 착실히 봄이 오고 있었다.

자주 하늘을 보게 되는 건,
굽은 고개를 펴는 기지개 같은 것이라고,
문득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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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그냥"
note/에세이2019.01.07 00:39

제주 첫날.

여섯 시에 일어나 아이에게 밥을 먹이고, 조금 서둘러 청주로 향했다. 도착해 보니 아홉 시 쯤이어서 여유있게 탑승할 수 있었다. 도진이에게는 이번 제주행이 생애 첫 비행이었는데, 그런 것 치고는 굉장히 태연하여 대견하였다. 제주에 도착해서도 제 때 아이 밥을 먹이고, 적당히 재우고, 사이 사이 맛있는 음식과 여유 있는 드라이브를 즐겼다. 우리 셋 모두 행복했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모처럼의 제주를 즐겼다. 여행의 첫 날로서, 더할나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 한켠이 먹먹한 것은, 이 섬이 나의 가장 부끄러운 기억을 일께우기 때문이다. 김애란은 '눈먼 자들의 국가' 에서 당분간 '세월'은, 혹은 '침몰'은 은유로서 사용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나에게는 제주 역시 그렇다. 이 섬이 아무리 아름답다고 해도, 난 내가 기억 하는 우리의 가장 큰 실패를 떠올릴 것이다. 내가 죽은 아이들을 대신하여 살아가는 것이 아님에도 내 삶을 즐길 수 있듯이, 여전히 이 여행을 즐기겠지만, 그 감상에 이러한 사족을 더하는 것은 바로 그때문이다.


제주 둘째날.

펜션 앞, 해녀가 운영한다는 식당에서 전복죽을 포장해 아침으로 먹었다. 진한 화장을 한 여사장은 물질을 직접 할 듯한 인상은 아니다. 그러나 아마도 내가 첫 손님인 듯 말끔히 정리 된 식당내부는-창 밖의 바다와 돌과 먼지 쌓인 난로와 사람 손을 많이탄 늙은 개와 비루한 판매용 진주는- 그야말로 내가 생각하는 제주 해녀의 집이다. 가만히 앉아 전복을 손질하는 여사장의 뒷모습을 보다보면, 물에서 막 나온 해녀가 여사장에게 망태기에 담긴 전복을 건네는 모습이 상상되는 것이다. 죽은 비리지 않고 맛이 있었다.

계획할 적에는, 오늘 오전에 작은 수목원을 들를 예정이었으나, 일기예보와 다르게 그치지 않는 가랑비로 인하여 온실을 겸하는 송당리의 카페로 방향을 바꾸었다. 그 곳에서 커피와 티라미수를 먹고, 튤립 구근 세개를 샀다. 씨앗을 샀을 뿐인데, 우리 부부는 벌써 꽃을 산듯 기뻤다. 도진이는 카페에서 기르는 고양이들과 함께 즐거웠다. 이 곳의 고양이들도 사람 손이 익숙한 듯 했다. 제주의 동물들은 사람에게 다정하다. 아름다운 이 동네를 떠나는 것이 아쉬워서 근처의 소품점에서 브로치와 유리 장식품을 샀다.

오후에는 해안 도로를 따라 이동하여 비자림을 구경하였는데, 추운 날씨 탓인지 도진이의 기분이 좋지 못하였다. 내일과 모레는 우리 부부가 각자 제주를 여행하는 날이므로, 비자림이 도진이의 마지막 관광코스일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니 마음이 좀 쓸쓸하다.


제주 셋째날.

아내가 홀로 제주를 여행하는 날이다. 곧 잘 혼자 여행하는 아내이지만, 제주를 여행하는 것은 처음이란다. 내가 처음 제주를 홀로 여행했을 때의 설렘이 기억난다. 그 전에도 가족여행으로, 수학여행으로, 혹은 출장 관계로 제주에 자주 들렀었지만 내가 사랑하는 제주를 발견한 것은 2013년 홀로 제주를 여행할 때였다. 아내가 발견하게 될 제주는 나의 제주와 다르겠지만 역시 사랑스러울 것이다.

난 숙소에서 도진이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 도진이의 낮잠시간에 창 밖을 보니 파도가 거세다. 바람이 많은 날이구나. 창에는 가끔 굵은 눈도 몰아친다. 그와 반대로 따듯하고 고요한 집안은 독서하기 좋았다. 오랜만에 은교를 읽었다.

'눈이 내리고, 그리고 또 바람이 부는가. 소나무 숲그늘이 성에가 낀 창유리를 더듬고 있다. 관능적이다.'

관능적이란 표현이 너무 적나라하다고 해도, 이 날의 오후를 함께 하기엔 더할 나위 없이 좋을 문장이다. 그러고 보면 제주 역시 가끔 은교 같기도 하다. 특히 아직 난개발이 되지 않은 중산간의 어느 마을을 만날 때 그렇다.



제주 넷날.

어제부터 내리던 눈이 눈보라가 되었다. 거센 바람이 통신선을 고장내어 숙소의 와이파이가 작동하지 않는다. 켄자스의 한 마을이 토네이도로 파괴되었다는 소식을 듣는다면 상상되는 그 바람이다. 아마도 도로시의 판자집을 날렸을 그 바람. 오늘은 내가 홀로 제주를 여행하는 날이다. 렌트한 아반테의 조수석 범퍼부터 뒷 휀다까지는 진한 녹색 페인트로 더럽혀져 있다. 우그러진 조수석 문은 잘 열리지도 않는다. 어제 이 차를 운전한 아내의 작품이다. 분명 여행하기 좋은 날은 아니다. 그러나 토네이도에 집이 날라간 안쓰러운 도로시가 장장 40권 분량의 놀라운 이야기를 발견했듯이, 나 역시 오즈 못지 않은 제주에서 이야기를 만들거다. 더군다나 우리는 아시아나 OZ8231편을 타고 제주에 도착해, OZ8232편으로 복귀하지 않던가. 어찌되었던 여행에 출발하는 나는 맥락보다 들떠 있었고, 신이 나 있었고, 이미 행복했다. 단지 계획에 있었던 새벽 오름 투어를 조용히 취소했을 뿐이다.

송당리에서는 간단히 기념품을 사고, 표지판에 이끌려 계획에 없던 인문학 카페를 들렀다. 자리 배치가 굉장히 특이한-강의실과 유사한- 카페였다. 상당히 대중적인 서적으로 짜여진 책장이 있었고, 역시 대중적인 취향의 작은 서점을 겸하였다. 커피는 핸드드립 메뉴가 있어 시켜 보았는데, 장서 보다는 내 취향에 맞았다. 한 시간 정도만에 속독으로 박민규의 지구영웅전설을 읽었다. 손님은 나 뿐이었고, 카페의 프런트는 자리에서 잘 보이지 않았다. 대신 큰 창이 있어, 날리는 눈과 함께 혼자 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점심은 근처의 멋들어진 카레집에서 해결하였는데, 별로 맛이 없었다. 눈 내린 송당리는 '관능적'일 정도는 아니어도 아름다웠다.



오후에는 유명한 만춘서점에 들렀다. 근처 독립서점들이 휴무였던 탓인지, 사람이 바글거려 멋을 느끼기는 어려웠다. 이 곳에서 사고 싶었던 책과 우연히 만난 책을 한 권씩 구매했다. 사고 싶었던 책은 '존 버거의 초상'으로 장 모르가 찍은 것이다. 우연히 만난 책은 수지 린필드의 '무정한 빛'이다. 표지만 보고 고른 '무정한 빛'을 근처 카페에서 펼치자 마자, 평론가로서의 존 버거에 대한 매몰찬 비평을 마주친 것이 재미있다. 존 버거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지성이다. 수전 손택의 논리가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 날카로움에 가슴이 먹먹해졌다면, 존 버거는 비슷한 이야기를 하면서도 나의 마음을 얼러주었다. 아직 책의 절반을 채 다 보지 못하였지만 수지 린필드는 그 둘에 비해 나에게 우호적인 비평가임이 확실하다. 좋아할 만한 비평가를 만남에 행복하다.

다시 가족과 함께 한 저녁은 포근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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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그냥"
note/감상2018.11.04 00:27

 특히, 최근의 나는 영화를 볼 때 군더더기를 참을 수 없다. 왜 들어갔는지 모를 장면 혹은 인물을 보게 되면, 그 나머지가 얼마나 훌륭하던지 간에, 그 영화와 감독이 저질스럽게 느껴지는 것이다. 다행이도 최근에 개봉하는 소위 명장들의 작품은 대부분 군더더기가 없다. 그러므로 나로서는 그 것을 요즘 영화 판의 트렌드라고 부르고 싶다.

 그런 측면에서, 보헤미안 랩소디는 완벽에 가깝게 타이트 하다. 이 영화는, 굳이 비유하자면, 프레디 머큐리의 자서전이기 보다는 굵은 선으로 그려진 연표에 가깝다. 영화는 그 연표를 박진감 있게 따라간다. 나머지는 그의 공연을 충실하게 재현했을 뿐이다. 이 영화의 목적은 그를 설명하는 것이 아님이 명확하다. 그 대신 이 영화는, 그가 불러일으킨 감동을 2018년의 참을성 없는 관객들에게 그대로 전달하고자 노력한다.

 전기 영화를 기대한 사람이 있다면 실망했을지도 모르겠다. (이 와중에 하필이면 내가 전혀 신뢰하지 않는 한 언론의 의견이 나와 다르다는 점이 재미있다.[링크]) 하지만 이 영화는 분명히 재미있고, 감동적이었으며, 내 플레이 리스트를 한 동안 퀸으로 채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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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그냥"
note/에세이2018.11.01 23:28



 몇일 전 출근길에 라디오에서 Christina aguilerafighter를 들었다. 고등학교 때 즐겨 듣던 곡이라 볼륨을 높였다. 이 곡은 그녀의 정규 2집인 Stripped의 수록 되어 있는데, 그녀의 앨범 중 가장 사랑 받은 앨범일 거다. 지금도 그런 지 모르겠으나, 당시의 팝송 앨범에는 자켓에 좀 오글거리는 한글 해설서가 꼭 끼워져 있었다. 이 것이 내가 산 첫 외국 앨범이었으므로, 나는 다소 오글거리는 그 해설서까지 전부 정독 했었던 기억이 난다.

 고등학교 적의 나는 몇 가지 이유로 팝송을 의식적으로 거부하고 있었다. 우선 당시 유행하던 팝송을 활용한 영어 교육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액상 감기약에 들어 있는 조잡한 딸기 맛 시럽, 어린이 치과의 간호사가 착용한 우스꽝스러운 마스크, 우는 아이에게는 선물을 주지 않는 다는 산타 클로스와 같은 냄새가 났기 때문이다. 요컨대, 그러한 교육 방식에는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어른의 노련함과 쉰내가 있었고, 그 것에 대해 내가 취할 수 있는 유일한 대응책은 애써 무시하는 것 뿐이었던 것이다. 또 다른 이유로, 당시의 나는 팝송이 나에게 가요로서 기능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난 또래 중에서도 특히나 영어를 못 하는 아이였고, 가사까지 즐길 수 있는 완벽한 한국 가요가 있는데 어째서 팝송을 들어야만 하는지 그 이유를 알지 못했다. 당시의 나는 무엇을 즐기기 위해 무엇을 배울 만큼 한가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랬던 내가 무슨 변덕인지 이 앨범을 샀고, 닳도록 들었고, 친구의 생일에 선물로 한 장 더 사기까지 했던 거다. 당시에는 그 것이 변덕이라고 생각했으나, 지금 생각해 보면 대세에 자연스럽게 굴복 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어른이 된다는 건, 그런 굴복의 중첩이다. 이제 난 평범한 30대 만큼 팝송을 듣고 평범한 30대 만큼 팝송을 좋아한다. 존 버거가 그의 책 사진의 이해에서 체 게바라에 대해 평한 바 있다. 체 게바라는 세상이 자신이 용납할 수 없는 지경임을 발견했고, 그래서 혁명을 지속했고, 그래서 자신의 죽음을 예견했다고. 그는 혁명을 멈추고 세상을 용납할 수 없었다. 살기 위해서다. , 세상은 그의 혁명에 부수어 질 수 없었다. 그 역시 살기 위해서다. 만약 체 게바라가 세상을 용납해 버렸다면, 체 게바라는 죽어 없어지고, 평범한 30대가 되고, 평범한 노인이 되고, 평범한 무덤이 되었을 거다. 나는 지금 그러한 죽음의 중첩 속에서 어른이 된 것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Christina aguileraFighter는 그 오글거리는 해설서에 적혀 있듯이, 세상을 용납하지 않기로 한 그녀의 선언이었다. 그 것을 생각하며 노래를 듣다 보니, 세상을 용납한 나로서는 조금 아이러니한 기분이 든다. 여전히 Fighter는 듣기 좋고, 난 행복한데 무슨 상관인가 싶기도 하지만.


 아이러니란, 등신들이 비행기 사고로 죽은 밴드의 노래에 맞춰 비행기 안에서 춤추고 있는 걸 말하는 거야.

- 스티브 부세미, 영화 콘에어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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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그냥"
note/일기2018.10.28 01:29

2018. 10. 28.

 허리가 어제보다도 더 좋지 않아 오전 중 *****의원에 다녀왔다. 아무래도 아킬레스건이 불편하다 보니, 지난 산행에서 허리를 지나치게 많이 사용했나 보다. 의사는 자세가 좋지 못해 그렇다는 뻔한 소리를 했다. 난 대충 네-,- 거리고는, 물리치료를 받고 진통제를 처방 받았다. 물리치료실 옆 자리에는 아마도 어린 남학생이 누워 있는 것 같았다. 축구라도 하다가 다리에 문제가 생겨 깁스를 한 듯 했다. 통화 내용이 들려 어쩔 수 없이 들어 보니, 그 아이의 아버지도 다리가 부러져 깁스를 했다가, 바로 오늘 풀었다는 것 같았다. 조금 있으니 바로 그 아버지가 면회를 왔는데, 약간 다리를 저는 것이 보였다. 내가 당한 일이었다면, 마냥 즐겁지만은 않았겠으나 엿듣는 입장에서야 그들의 작은 불운이 조금은 우스워 보여 즐거웠다. 그 아이가 잠든 틈을 타, 어머니와 통화하여 다음주 토요일엔 아이를 좀 맡아 달라고 부탁드렸다. 결혼 기념일을 기념하여 주말에 아내와 데이트를 해 볼 요량이다. 영화관과 근사한 카페에 가고 싶다.

 돌아오는 길에 바람이 매섭게 느껴졌다. 하늘의 구름은 아직 가을인데, 이제 겨울이구나. 마지막 가을의 끝자락에 허리가 아파 병원이나 다녀오는 신세가 서글퍼, 오후에는 좀 우울했다. 전 보다는 나아졌지만, 요즘도 종종 우울할 때 극단적인 상상을 하게 된다. 내가 우울한 것은 괜찮은데, 내 우울이 가족에게 전염될까 두려웠다. 검색해 보니 집 주변에도 정신과 병원이 굉장히 많다. 만약 더 심해 진다면, 금새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라는 안도감에, 우울증이 좀 가셨다. 그래도 며칠은 주의해야 한다. 난 이제 사회에서도 가정에서도 허리쯤 된다. 허리가 아픈 오늘 그런 생각을 했다.

 어제 일이 생각나, 도진이에게 주세요놀이를 또 시도해 보았는데, 이번에는 아빠에게도 장난감을 주었다. 사랑스러워서, 들어 올려 안아주다가 등에 사랑해요라고 손가락 글씨를 썼다. 도진이는 무척이나 간지러워 했고, 그 웃음소리에 많이 위로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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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그냥"
note/일기2018.10.27 00:43

2018. 10. 26.

 ***** 센터 *****가 고장이 났기 때문에, 공주교대 천안캠퍼스로 종일 출장을 다녀왔다. 오전 8 20분쯤 롯데리아 앞에서 만나 A의 차로 이동하려 했는데, 약속에 조금 늦으셔서 830분이 되어서야 만날 수 있었다. 아마도 아이가 몸이 좋지 않은 모양이었다.

 공주대 천안캠퍼스는 본디 천안 공업 대학이었던 것을 공주대가 인수했다고 한다. 찾아 보니 이런 식으로 공주대가 흡수 합병한 대학이 상당하다. 아내의 말로는 공주 교대 역시 공주대와의 합병 이야기가 좀 있었다고 한다. 복수 전공으로 교사 자격을 쉽게 취득하는 등의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학창 시절에 강하게 반대를 했었던 듯하다. 생각해 보면 카이스트와 ICU 통합 당시에도 문제가 많았었고, 나 역시 우호적이지는 않은 입장이었다. 자기 밥그릇에 민감한 것이 사람이다. , 자기 밥그릇 조차 못 지킨다면 달리 무엇을 지킬 수 있을까 의문이기도 하다. 사람은 밥으로 움직이는 기계다.

 *****의 오퍼레이터는 20대의 키 큰 여자분이었는데, 실력이 괜찮았고, 눈치가 좋았다. 특히 여러 장의 이미지를 비교 분석하기 좋게 가공하는 능력이 뛰어나서 보고 자료 만들 때 편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공주 대학교의 대학원생으로 오해했으나, 나중에 보니 외주 협력 업체의 직원이었다. 할 수만 있다면 우리 분석 센터의 장비 오퍼레이션도 맡아 주면 고맙겠다고 생각했다. B의 실력이 못미더운 것은 아니지만, 혼자 분석하시기에는 우리 시료가 너무 많기는 하니까.

 점심은 학교 앞 부대찌개를 먹었는데, 맛이 좋고 양이 많았다. 가격도 학생은 4000원 일반인은 5000원으로 저렴했는데, 나중에 계산서를 보니 9000원이 결제되어 있더라. 분명히 한 명은 학생 한명은 교수로 오해한 듯 하다. 아내는 학생으로 오해한 것이 나일 것이라고 했지만, 나는 A일 것이라고 확신한다. 아내는 나를 만나는 내내 내가 동안이라고 오해하고 있는데 아마 나를 좋아하기 때문일 거다. 사랑이 이렇게 무섭다.

 대전 복귀 중에는 잠시 주유소 옆 호두과자 가게에 들러 아내의 선물로 호두과자를 샀다. 집에 와서 먹어보니 달고 맛있긴 한데, 딱히 휴게소 호두과자 보다 나은 것은 없는 것 같았다. 그래도 아내가 맛있게 먹어 주어 고마웠다. 저녁으로는 아내가 치킨을 먹고 싶다고 해서 페리카나 치킨을 시켜 먹었다. 옛날 맛 그대로인 것이 좋았다.

 집에 도착하니 이미 일곱시라서 도진이와 같이 목욕은 하지 못했고, 도진이가 잠들기 전 침대에서 잠시 놀았다. 오늘은 도진이가 내 손가락을 만지며 노는 것에 집중했다. 아이가 손가락을 당길 때마다 내가 도, , , , , 도를 음에 맞추어 불러주었더니 크게 웃으며 좋아했다. ‘주세요놀이를 할 때, 엄마에게만 장난감을 주고 아빠에게는 주지 않아 크게 상심 했는데, 웃는 모습을 보니 또 마음이 흡족하였다. 손가락 놀이는 아빠로서도 크게 힘들지 않은 놀이라 앞으로 잠들기 전에 한 번씩 해 줘야 하겠다고 생각했다. 분유를 먹고는 금방 잠들었다. 오늘도 역시 잠든 모습이 평화로와 감동하였다.

 아내와 치킨을 먹으면서 영화 트립 투 잉글랜드의 전반부를 보았는데, 상당히 내 취향의 영화였다. 아마도 후반부까지 모두 보고 나면 상당히 긴 감상을 적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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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상에서 공개 가능한 것과 그렇지 못 한 것을 구분하기 위한 실험을 일기의 형식으로 진행 중에 있습니다. 공개할 수 없느 것은 * 기호 혹은 이니셜 처리하였습니다.>


2018. 10. 24.

** 프로젝트 월간 보고를 오전에 진행했다. ***** ***** 공정 시 생기는 결점에 대해 분석한 것을 보고 했다. 언제나와 마찬가지로, 일부는 이유를 알 수 있었지만 일부는 이유를 알 수 없는 식이어서, 사실 썩 시원한 보고는 되지 못하였다. , ** 부분에서 목표 달성을 하지 못했는데, 딱히 채근이 없는 것을 보니 상무님도 체념한 듯 하다. 월간 보고가 끝났을 때 거의 점심 무렵이었고, 마침 회의실도 식당에 가까웠기 때문에 점심을 먹고 복귀하자고 제안 하였으나, 팀원들 손에 짐이 많다는 이유로 거절되었다. 오피스까지 오고 가며 족히 십오분은 낭비했다. 점심 메뉴는 칼국수를 선택했는데, 중성지방에 좋지 않은 메뉴였고, 사실 기대에 비해 맛도 없어서 후회했다. 회사 식당에서는 그냥 한식 메뉴를 먹는 것이 정답인 것 같다고 생각했다. 점심 식사는 A, 그리고 B와 함께 했는데, 연말의 제주 여행 계획에 대해 이야기 했다. A는 내가 4 5일의 일정 중 각 하루 씩을 우리 부부 각자의 나홀로 여행에 할애했다는 이야기를 특히 흥미로워 했는데, 본인은 혼자 여행을 다닌 적이 없다고 한다. B 역시 마찬가지인 모양이었다. 어쩌면 세대 간의 차이일지도 모르겠다. B는 아이들과 함께 비행기 여행을 하는 것이 너무 어렵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첫째가 아픈 것과 상관이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결국 칼국수와 밥을 조금 남겼다. 중성지방을 관리하기 전이었다면 맛 없어도 꾹꾹 눌러 배를 채웠겠지.

오후에는 ***** 표면 결점을 OM으로 관찰하고 나니 시간이 훅 지나가 있었다. ***** 방식이 ***** 불량을 줄이는데 도움을 준다는 백 데이터를 추가할 수 있었다. 아직 샘플이 모자라긴 하지만 거의 확실하다고 생각 된다. *****이 어째서 ***** 불량을 줄이는가에 대해 고민해 보았지만 여전히 알 수 없었다. 이번 주에 해답을 찾지 못하면 사내 게시판에 올려 조언을 구할 참이다. OM 측정 이후에는 A가 새롭게 만든 *****를 이용해 *****를 진행했다.

내일은 팀 워크샵이 예정 되어 있으므로, 차를 두고 갈 수 없어 차를 끌고 퇴근했다. 서두른다고 했는데도 후문을 통과하니 거의 여섯 시라, 차가 상당히 막혔다. 집에 오니 아내가 매우 지쳐 있었다. 어제 도진이가 잘 자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과표를 보니 낮에도 낮잠을 그리 많이 자지 못했다. 언제나와 마찬가지로 좀 더 아이를 돌봐주지 못해 미안했다. 도진이 역시 많이 피곤하여 아빠에게 소리를 질러 댔다. 그래도 요 몇일 양치와 샤워에 익숙해 져서 씻기는 일이 한결 수월했다. 분유를 주니 금새 잠들었는데, 잠 든 표정이 너무 평화로와 감동했다.

저녁은 마파두부 덥밥을 먹었다. 시판 소스인데도 훌륭한 맛이었다. 저녁을 먹으며 빅픽쳐 패밀리 1화를 마저 보았는데, 사진관 영업에 대해 생각보다 진지하지 못하여 실망하였다. 이제 아저씨가 되었는지, 흘러 넘치는 아재 개그에 즐겁게 시청하기는 하였다. 후식으로는 아내가 낮에 산책 하며 사온 마카롱을 먹었는데, 천 오백원이라는 가격에 비하면 맛이 훌륭했다. 사실 새로 오픈한 가게의 마카롱이, 가격은 가장 비쌌음에도 맛은 별로 였었던 것 같다. 이 부분에 있어 아내와 의견이 일치하여 기뻤다. 마카롱을 먹은 후에는 장진의 킬러들의 수다도입부를 같이 보았는데, 각 배우의 젊었을 적 모습이 매우 흐뭇하였다. , 다시 느끼지만 장진은 천재다. 여유가 생긴다면 아는 여자도 다시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옛날 영화를 보니, 또 옛 추억이 생각나 설거지를 미루고 대항해 시대3’를 조금 플레이 하였다. 이제 일기를 쓰고 보니 11시인데, 더 이상 설거지를 미룰 수는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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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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