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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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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예술사진인가 (Why art photography) - 루시 수터 사진은 근 100년 간 예술의 중심 매체였음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주변인 취급을 받았다. 대중에게 널리 읽혀 온 미학 이론서들은 사진을 애써 외면 하는 전통을 가지고 있다. 이는 첫째, 대부분의 미학 담론이 사진 없이도 설명 될 수 있었기 때문이고, 둘 째, 사진의 예술성에 대한 예술계 내부의 통일 된 의견이 없었기 때문이며, 셋 째, 사진이 무엇인지 조차 모르고 헤매이는 우리들과 대조적으로, 촬영기술만은 지체 없이 발전되었기 때문이다. 이 중 셋째 이유는 특히나 중요하다. 35mm 필름이 대중화 된 이후로 압도적 다수의 사진은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의 손에서 탄생했으며 이러한 경향은 한 차례의 변곡점도 없이 강화되어 왔다. 즉, 현존하는 사진의 대다수는 애초에 자의에서든 혹은 타의에서든, 해석 될 가치가 ..
Trash_서재우 다른 세상을 통해서 자신의 가능성을 찾기 위해 여행을 한다는 작가는 각 도시에 강하게 공명한다. 특히 도시 별로 사진을 묶어 소개함으로써 이 점이 지나치게 강조되는데, 구도, 톤이 모두 상이해 마치 다른 사람의 시선을 빌리는 듯하다. (LA와 뉴욕의 사진을 비교해 보라.) 덕분에 200 페이지가 넘는 책은 지겨움 없이 술술 읽혔고, 여행에 대한 향수가 늘었다. 그러나 역시 200 페이지가 넘는 시선을 접했음에도 작가 서재우에 대해서는 여전히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기분이다. 첫 장의 약력을 보니 매거진 B라는 것의 에디터란다. 잡지 에디터의 사진집을 선호하지 않는데, 주제가 어떻든 간에 예술을 판다기 보다는 취향을 파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최근에 본 사진집 중 여행 사진을 다루었다고 볼 만한 것이 두 권 있..
보헤미안 랩소디, 2018 ◇ 특히, 최근의 나는 영화를 볼 때 군더더기를 참을 수 없다. 왜 들어갔는지 모를 장면 혹은 인물을 보게 되면, 그 나머지가 얼마나 훌륭하던지 간에, 그 영화와 감독이 저질스럽게 느껴지는 것이다. 다행이도 최근에 개봉하는 소위 명장들의 작품은 대부분 군더더기가 없다. 그러므로 나로서는 그 것을 요즘 영화 판의 트렌드라고 부르고 싶다. 그런 측면에서, 보헤미안 랩소디는 완벽에 가깝게 타이트 하다. 이 영화는, 굳이 비유하자면, 프레디 머큐리의 자서전이기 보다는 굵은 선으로 그려진 연표에 가깝다. 영화는 그 연표를 박진감 있게 따라간다. 나머지는 그의 공연을 충실하게 재현했을 뿐이다. 이 영화의 목적은 그를 설명하는 것이 아님이 명확하다. 그 대신 이 영화는, 그가 불러일으킨 감동을 2018년의 참을성 없..
아이필프리티,2018 사실 이 영화를 보고, 이게 과연 감상을 남길만한 수준의 영화인가를 고민하였으나, 일년에 영화 한 두 편 빠듯이 보는 애아빠로서는 그런 것을 따질 처지가 아니라는 생각에 글을 남긴다. 영화는 ‘나 스스로를 사랑하라’는 주제로 러닝타임 내내 숨가쁘게 달려간다. 그러나 관객의 입장에서 얻는 것 이라고는, 방금 내가 적은 문장, 나 스스로를 사랑하라는 아홉 글자를 천천히, 두 시간에 걸쳐 읽는 것과 그다지 다를 바가 없다. 그 사이 몇 건의 슬랩 스틱 코미디와, 되도 않는 감성 팔이, 혹은 수준 낮은 사이코 드라마가 스쳐 지나가나, 나로서는 안쓰러울 뿐이었다. 영화에는 전형적인 추녀와 전형적인 미녀’만’이 등장한다. 사실 추녀는 내면의 아름다움을 숨기고 있었으나, 그 것을 자신만 몰랐던 반면, 미녀는 내부에 ..
조너선 와이너_핀치의 부리 우리는 어쩌면 인류 역사상 종교의 힘이 가장 약한 시대를 살고 있으며, 많은 이들은 종교 대신 과학을 믿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정말로 그러한가? 나는 그 점에 항상 부정적이었다. 대중에게 있어 과학의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항상 종교적이었기 때문이다. 대중적으로 성공적인 SF 창작물의 대부분은 과학에 전 우주를 아우르는 진실이 있는 것처럼 포장하고, 그 것을 여호와의 지팡이처럼 휘둘러 이야기를 진행한다. 그러나 그 것은 사실과 다르다. 과학자는 진리를 예언하는 선지자라기 보다는, 과거의 일들을 기록하고 설명하는 역사가에 가깝기 때문이다. 또한 가장 인기 있는 과학자들-예를 들자면 호킹이나 세이건, 특히 다윈 등- 역시 그들의 마법적인 결론 때문에 유명한 것이지, 과학 발전에 이바지 하기 위해 흘린 땀이 주..
테드 창_영으로 나누면 1. 다른 단편 '이해'에서도 다루었듯이, 이해가 반드시 화합을 야기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야기한다. 토미노 요시유키의 건담 시리즈들과 반대의 관점이라 재미있다. 건담의 뉴타입들은 서로를 이해함으로써 대통합하고 전쟁을 멈추었는데, 확실히 만화적인 이야기다. 이해는 차이를 유발한다. 작중 레테는 자기 자신과 다름 없었던 수학을 이해함으로써 자기 자신을 유지할 수 없게 되었다. 칼은 그런 레테를 이해함으로써 이별을 확신했다. 결국 이해한다는 것은 자신과 다름을 확인하는 과정일 뿐이다. 사랑이든 증오든 동정이든 관계에 대한 모든 감정은 서로를 이해할 수 없음에 기반한다.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이해하는 척 기만하는거다. 만약 누군가를 완벽히 이해하게된다면 더이상 그 관계에 의미가 있을리 없다. 수학을 생각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