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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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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0321_동백 어찌 되었든 봄은 온다. 회사의 인터넷 사보를 보고서야 그것을 알아챈다. 그러고 보니 건너편 숲에 하얗고 노란 꽃이 드문드문 올라왔다. 창가의 튤립 화분도 꽃대를 길게 뽑았다. 옥상에서 커피를 마실 때도 외투를 입기 귀찮아졌다. 자동차 손잡이는 황사로 노랗다. 이렇게 맹렬히 봄을 알리는데도, 고작 사보라니. 어느덧 회사가 알려주지 않는 것은 알기가 어렵다. 그건 회사가 주는 돈 없이는 살기 어려운 것과 닮았다. 사보에서는 다가올 봄에 가장 기대되는 꽃을 설문한다. 사우님들의 의견을 댓글로 알려달라고. 이런 인터넷 사보 누가 보나 싶지만, 항상 놀랍도록 많은 댓글이 달린다. 벚꽃이 물론 가장 많고, 개나리니 목련이니, 가끔은 웃음꽃이라는 실없는 사람도 있다. 나는 철부지같이 동백을 떠올린다. 올해는 눈이 ..
세번째 데미안 다시 한번, 데미안을 읽었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새의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파괴해야만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이다.' 이 단호한 문장들과 이상하리만치 매혹적인 신의 이름을 듣게 되면, 자연스럽게 데미안과, 헤세와, 싱클레어를 생각하게 되는 거다. 그건 물론 '나를 이스마엘이라 부르라.'를 들을 때 백경이 떠오르는 일과 별반 다르지 않으나, 데미안 쪽이 책의 두께가 월등히 얇은 것을 무시할 수는 없다. 아무래도 출근길에 백경을 들고나가기는 무리다. 데미안이라면, 출근 버스 안에서건 점심 식사 후의 짧은 휴식이건 간에 어찌 되었든 다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조금씩 나이 먹고, 직장에 다니고, 아이의 부모가 되면서, 나는 점점 물리적 제약을 무..
2019년 1월 8일 퇴근 할 때에, 아주 잠시였지만 햇빛이 있었다. 겨울의 한 중간에 착실히 봄이 오고 있었다.자주 하늘을 보게 되는 건, 굽은 고개를 펴는 기지개 같은 것이라고, 문득 생각했다.
2018. 10. 28. 2018. 10. 28. 허리가 어제보다도 더 좋지 않아 오전 중 *****의원에 다녀왔다. 아무래도 아킬레스건이 불편하다 보니, 지난 산행에서 허리를 지나치게 많이 사용했나 보다. 의사는 자세가 좋지 못해 그렇다는 뻔한 소리를 했다. 난 대충 네-,네- 거리고는, 물리치료를 받고 진통제를 처방 받았다. 물리치료실 옆 자리에는 아마도 어린 남학생이 누워 있는 것 같았다. 축구라도 하다가 다리에 문제가 생겨 깁스를 한 듯 했다. 통화 내용이 들려 어쩔 수 없이 들어 보니, 그 아이의 아버지도 다리가 부러져 깁스를 했다가, 바로 오늘 풀었다는 것 같았다. 조금 있으니 바로 그 아버지가 면회를 왔는데, 약간 다리를 저는 것이 보였다. 내가 당한 일이었다면, 마냥 즐겁지만은 않았겠으나 엿듣는 입장에서야 그들의 ..
2018.10.27. 2018. 10. 26. ***** 센터 *****가 고장이 났기 때문에, 공주교대 천안캠퍼스로 종일 출장을 다녀왔다. 오전 8시 20분쯤 롯데리아 앞에서 만나 A의 차로 이동하려 했는데, 약속에 조금 늦으셔서 8시 30분이 되어서야 만날 수 있었다. 아마도 아이가 몸이 좋지 않은 모양이었다. 공주대 천안캠퍼스는 본디 천안 공업 대학이었던 것을 공주대가 인수했다고 한다. 찾아 보니 이런 식으로 공주대가 흡수 합병한 대학이 상당하다. 아내의 말로는 공주 교대 역시 공주대와의 합병 이야기가 좀 있었다고 한다. 복수 전공으로 교사 자격을 쉽게 취득하는 등의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학창 시절에 강하게 반대를 했었던 듯하다. 생각해 보면 카이스트와 ICU 통합 당시에도 문제가 많았었고, 나 역시 우호적이지는 않은..
2018.10.24. 2018. 10. 24. ** 프로젝트 월간 보고를 오전에 진행했다. ***** 후 ***** 공정 시 생기는 결점에 대해 분석한 것을 보고 했다. 언제나와 마찬가지로, 일부는 이유를 알 수 있었지만 일부는 이유를 알 수 없는 식이어서, 사실 썩 시원한 보고는 되지 못하였다. 또, ** 부분에서 목표 달성을 하지 못했는데, 딱히 채근이 없는 것을 보니 상무님도 체념한 듯 하다. 월간 보고가 끝났을 때 거의 점심 무렵이었고, 마침 회의실도 식당에 가까웠기 때문에 점심을 먹고 복귀하자고 제안 하였으나, 팀원들 손에 짐이 많다는 이유로 거절되었다. 오피스까지 오고 가며 족히 십오분은 낭비했다. 점심 메뉴는 칼국수를 선택했는데, 중성지방에 좋지 않은 메뉴였고, 사실 기대에 비해 맛도 없어서 후회했다. 회사 식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