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gitize (1) 썸네일형 리스트형 낮과 밤 나는 8시 30분까지 출근하고, 5시 30분에 퇴근한다. 지난 세기 노동자들의 처우를 생각한다면 고작 여덟 시간을 일하고 굶지 않으니 고마운 일이다. 나는 이를 밥 먹기 전 감사 기도를 올리듯 감사한다. 누구에게 감사해야 좋을 지 사실 잘 모르겠다는 말이다. 하느님이든 농부든, 전태일이든 박정희든 하여튼 반은 욕인 이 감사 인사를 받으라지. 나는 만족하면서도 동시에 힘이 든다. 나는 어떤 개 돼지가 말했듯이 어쩔 수 없는 개 돼지이므로 어쩔 수 없이 덜 일 하고 더 먹고자 한다. 이 욕심에 끝이 있을까. 아니, 그렇다고 해도 일단은 한 시간만 덜 일 하면 좋겠다. 겨울 나의 삶엔 석양이 없기 때문이다. 테드 창의 소설 바빌론의 탑에서 주인공은 탑을 오르며 밤이 산의 그림자임을 목격한다. 산의 그림자가 세.. 이전 1 다음